전세보증금 5억 원을 돌려줘야 한다.
집값은 10억 원이다. 그러면 은행에서 5억 원은 나오겠지 싶다.
그런데 상담 결과는 2억 7천만 원이었다. 보증금보다 2억 3천만 원이 모자란다. 세입자는 이미 이삿짐센터를 예약했다.
반환대출에서 가장 위험한 착각은 돌려줄 보증금이 곧 대출한도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전세보증금 반환대출은 보증금 범위 안에서 받을 수 있는 주택담보대출이다. 예전처럼 생활안정자금 주담대에 연 2억 원이라는 일률적인 상한은 없지만, LTV와 DSR을 통과해야 한다. 은행의 담보평가와 내부 총량까지 넘고 나서야 실제 실행금액이 나온다.
수도권·규제지역의 주택가격별 6억·4억·2억 원 한도는 주택구입목적 주담대 규정이다. 금융위원회 FAQ도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담대는 그 한도 축소 대상이 아니라고 구분한다. 그렇다고 보증금 전액이 자동 승인되는 것은 아니다.
한도는 네 개 중 가장 작은 숫자다
반환대출 예상상한
= min(돌려줄 보증금, LTV 여유, DSR 여유, 은행 내부한도)
이 공식 하나면 상담 결과가 왜 생각보다 적은지 대부분 설명된다.
돌려줄 보증금. 계약이 끝나 집주인이 실제 반환해야 하는 금액이다. 새 세입자와 보증금을 낮춰 재계약한다면 구보증금과 신보증금의 차액이 필요한 돈이다.
LTV 여유. 은행이 인정한 담보가치에 적용 LTV를 곱하고, 기존 주담대와 선순위 권리 등을 뺀 금액이다.
DSR 여유. 연소득에서 기존 대출 원리금이 차지하는 부분을 제외하고 새 대출을 갚을 수 있다고 인정되는 금액이다. 스트레스 DSR이 적용되면 실제 약정금리보다 높은 심사금리로 한도를 계산할 수 있다.
은행 내부한도. 같은 담보와 소득이어도 금융회사별 상품, 인정소득, 총량관리와 심사기준에 따라 마지막 숫자가 달라질 수 있다.
집값 10억, 보증금 5억이면 이렇게 계산한다
설명을 위한 가상 사례다.
| 항목 | 가정 |
|---|---|
| 은행 담보평가액 | 10억 원 |
| 적용 LTV | 50% |
| 기존 주담대 잔액 | 2억 원 |
| 반환할 전세보증금 | 5억 원 |
| DSR로 계산된 새 대출 가능액 | 2억 7천만 원 |
먼저 담보 쪽 여유는 3억 원이다.
10억 원 × 50% - 기존 대출 2억 원 = 3억 원
하지만 DSR 한도는 2억 7천만 원이다. 반환할 보증금 5억 원, LTV 여유 3억 원, DSR 여유 2억 7천만 원 중 가장 작은 숫자는 2억 7천만 원이다.
예상 반환대출 2억 7천만 원
부족자금 5억 원 - 2억 7천만 원 = 2억 3천만 원
집값이 충분하다는 말과 이삿날 필요한 돈이 모두 나온다는 말은 다른 문제다.
담보대출에서 방 공제와 선순위 임차보증금이 어떻게 빠지는지는 MCI·MCG와 소액임차보증금 공제에서 따로 설명했다. DSR 계산은 연봉이 같아도 대출한도가 다른 이유를 먼저 보면 이해가 빠르다.
D-60, 세입자와 날짜부터 맞춘다
세입자가 “계약 끝나면 나가겠습니다”라고 말한 날짜와 법적으로 계약이 끝나는 날짜가 같은지부터 확인한다.
묵시적 갱신 상태에서 세입자가 해지를 통지한 경우에는 통지를 받은 날부터 3개월이 지나야 해지 효력이 생기는 구조도 있다. 서로 합의해 날짜를 당기려면 합의 내용을 문자 한 줄로 끝내지 말고 종료일과 반환액을 서면으로 남기는 편이 낫다.
은행이 주로 요구하는 자료는 다음과 같다.
- 기존 임대차계약서와 갱신계약서
- 계약 종료 또는 중도해지 합의 자료
- 임대인과 임차인의 인적사항 및 반환계좌
- 등기사항전부증명서
- 소득과 재직 또는 사업소득 자료
- 기존 대출 내역
- 새 임차인이 있다면 새 임대차계약서
이때 은행에는 “전세보증금 반환용 생활안정자금 주담대”라고 용도를 정확히 말해야 한다. 일반 생활자금으로 상담했다가 실행 직전에 서류가 달라지면 일정이 꼬일 수 있다.
D-30, 한도 숫자를 네 칸으로 받아온다
은행에서 “최대 3억 정도 가능해요”라는 말만 듣고 나오면 안 된다.
아래 네 숫자를 따로 요청하자.
1. 은행 담보평가액과 적용 LTV
2. 기존 근저당·대출을 뺀 담보여유
3. DSR 기준 가능액과 적용한 대출 만기
4. 최종 승인 예정액과 실행 전 남은 조건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과 실제 대출잔액은 다를 수 있다. 어떤 숫자를 차감하는지, 기존 대출을 일부 상환하면 한도가 얼마나 늘어나는지도 함께 물어봐야 한다.
소득은 작년 원천징수영수증 한 장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 사업자나 프리랜서는 인정소득이 예상보다 낮게 잡힐 수 있고, 신용대출·자동차 할부·카드론 때문에 DSR이 먼저 찰 수도 있다.
여러 은행을 비교하는 이유는 금리 0.1%포인트 때문만이 아니다. 인정소득과 만기, 담보평가 방식이 달라 한도 자체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D-7, 부족자금을 덮을 방법을 확정한다
반환대출 승인액이 보증금보다 적다면 남은 돈은 다른 출처가 있어야 한다.
| 부족자금 마련 방법 | 먼저 볼 위험 |
|---|---|
| 예금·가족자금 | 증여 여부와 자금이체 증빙 |
| 새 임차인 보증금 | 새 계약의 잔금일과 기존 임차인 퇴거일 불일치 |
| 주택 매도대금 | 매수인의 잔금 지연과 근저당 말소 순서 |
| 다른 자산 담보대출 | 추가 DSR과 실행기간 |
| 신용대출 | 반환 주담대 재심사 때 DSR이 악화될 가능성 |
특히 주담대 승인 전에 신용대출부터 받는 방법은 조심해야 한다. 부채가 늘어 반환대출 한도가 다시 줄면 부족자금을 메우려다 구멍이 더 커진다.
새 세입자 보증금으로 기존 세입자에게 돌려주는 경우에는 세 계약 당사자의 잔금 시간을 한곳에서 맞추는 편이 안전하다. 새 임차인이 늦게 송금하면 집주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기존 임차인의 새집 잔금까지 연쇄로 밀린다.
세입자가 낀 토지거래허가구역 아파트를 샀다면 전입 유예기한과 기존 임대차 종료일도 겹쳐서 본다. 관련 조건은 세입자 낀 토허제 아파트 실거주 유예에 정리했다.
D-day, 돈과 열쇠는 같은 선상에서 움직인다
반환대출은 용도가 정해진 자금이다. 금융회사는 임대차 종료서류와 반환계좌를 확인하고, 대출금을 임차인 계좌로 직접 보내거나 반환 사실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실행할 수 있다.
이삿날에는 다음 순서를 미리 합의해두자.
- 세입자의 이사와 집 상태를 확인한다.
- 은행 실행 담당자와 송금 가능 시간을 확인한다.
- 보증금 전액이 세입자 계좌에 들어갔는지 확인한다.
- 열쇠와 출입수단을 인계받는다.
- 전출, 관리비 정산과 필요한 말소서류를 확인한다.
은행 영업시간이 끝난 뒤로 이사 시간을 잡으면 당일 오류를 바로잡기 어렵다. 금요일 오후 늦게나 연휴 전날은 더 빡빡하다.
HF 반환자금 보증은 ‘보증금 전액 대출’이 아니다
한국주택금융공사에는 개인 임대인이 은행에서 반환대출을 받을 때 보증서를 제공하는 임대보증금 반환자금 보증이 있다.
계약 만료라면 만료일 전후 3개월 이내에 취급은행에서 신청할 수 있다. 다만 소득세법상 고가주택은 대상에서 제외되고, 보증한도도 별도다.
- 보증종류별 한도: 기존 보증잔액을 뺀 최대 2억 원
- 목적물당 한도: 기존 이용잔액을 뺀 최대 1억 원
- 총 임대보증금의 30%, 담보 산식, 실제 반환예정액 등 여러 한도 중 가장 작은 금액 적용
여기서 1억 원은 대출의 일률적인 상한이 아니라 HF가 해당 목적물에 제공하는 보증한도다. 은행 자체 담보대출과 HF 보증부 대출은 계산 구조가 다르므로 섞어 보면 안 된다.
집주인이 마지막으로 적어볼 숫자
종이에 아래 다섯 줄만 적어보자.
반환할 보증금 원
LTV 기준 담보여유 원
DSR 기준 가능액 원
은행 최종 승인 예정액 원
내가 별도로 준비할 부족자금 원
반환대출의 목적은 최대한 많이 빌리는 게 아니다. 세입자가 나가는 날 돈이 정확히 도착하게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상담의 마지막 질문도 “얼마까지 나오나요?”에서 끝나면 안 된다.
“이 금액이 세입자 퇴거일에 실제 실행되려면 제가 언제까지 어떤 서류와 부족자금을 준비해야 하나요?”
이 답까지 받아야 반환계획이 완성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