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가 오를 것 같으면 고정, 내릴 것 같으면 변동. 설명은 간단하다. 문제는 내년 금리를 정확히 아는 사람이 없다는 데 있다.
대출은 전망을 맞히는 게임이 아니다. 전망이 틀렸을 때 가계가 버틸 수 있는 상품을 고르는 일이다.
나는 선택지를 볼 때 세 개의 미래를 한꺼번에 펼쳐 놓는 편이 낫다고 본다. 금리가 1%포인트 내리는 경우, 지금과 비슷한 경우, 1%포인트 오르는 경우다.
먼저 ‘고정’이라는 이름부터 의심하자
대출 상담에서 고정금리라는 말을 들었어도 만기까지 고정인지 확인해야 한다.
- 만기 고정형: 약정기간 내내 적용금리가 고정된다.
- 혼합형: 처음 3년이나 5년 등 일정 기간은 고정이고 이후 변동으로 바뀐다.
- 주기형: 5년처럼 긴 주기마다 금리를 다시 정한다.
- 변동형: 코픽스 같은 기준금리에 연동해 3개월 또는 6개월 등 정해진 주기로 바뀐다.
5년 고정 뒤 변동되는 30년 만기 상품을 ‘30년 고정금리’로 이해하면 안 된다. 계약서에서 고정이 끝나는 날짜와 이후 적용할 기준금리를 찾아야 한다.
변동형 주담대에 많이 쓰이는 코픽스는 은행이 자금을 조달한 비용을 나타내는 지수다. 내 대출금리는 보통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하고 우대금리를 빼서 정한다. 코픽스가 내려도 우대조건을 잃거나 가산금리가 다르면 체감금리는 예상과 다를 수 있다.
3억 원 대출을 세 개의 미래에 넣어봤다
다음은 판단을 돕기 위한 가정이다.
- 대출원금 3억 원
- 30년 원리금균등상환
- 현재 선택 가능한 금리를 연 4.5%라고 가정
- 다른 수수료와 우대조건은 제외
연 4.5%가 계속되면 월 상환액은 약 152만 원이다. 금리가 1%포인트 올라 5.5%가 되면 약 170만 원, 1%포인트 내려 3.5%가 되면 약 135만 원 수준이다. 원 단위 반올림과 실제 금리 변경 시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 가정한 금리 | 월 상환액 약 | 지금보다 |
|---|---|---|
| 3.5% | 135만 원 | 17만 원 감소 |
| 4.5% | 152만 원 | 기준 |
| 5.5% | 170만 원 | 18만 원 증가 |
여기서 볼 것은 어느 전망이 맞을지가 아니다. 월 18만 원이 늘어도 생활비와 저축이 유지되는지를 본다. 그 돈이 빠듯하다면 변동금리의 시작금리가 조금 낮아도 위험이 크다.
고정금리가 어울리는 사람
월급이 일정하고 대출 상환액이 생활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사람은 안정성이 중요하다. 자녀 교육비나 출산, 휴직처럼 앞으로 지출이 늘 계획이 있다면 월 납입액이 정해져 있는 장점도 크다.
집을 오래 보유할 예정이고 금리를 자주 확인하는 일이 스트레스인 사람도 고정형이 편하다. 고정금리가 변동보다 조금 높더라도 그 차이는 금리 상승 위험을 넘기는 비용으로 볼 수 있다.
다만 고정형을 골라도 중도상환수수료를 확인한다. 몇 년 안에 집을 팔거나 큰돈으로 원금을 갚을 계획이라면 높은 고정금리와 수수료를 함께 부담할 수 있다.
변동금리가 어울릴 수 있는 사람
금리가 오를 때 늘어나는 월 상환액을 감당할 여유가 있고, 대출을 오래 유지하지 않을 사람은 변동형을 검토할 수 있다. 가까운 시기에 집을 팔거나 상여금으로 상당액을 상환할 계획이 분명하다면 긴 고정기간의 값어치를 덜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곧 금리가 내릴 것 같다’는 느낌만으로 선택해서는 안 된다. 금리가 내려도 내 대출의 변경주기가 돌아와야 반영된다. 반대로 금리가 오를 때도 변경일까지 시간이 있다. 기준금리의 움직임과 내 적용금리 변경일 사이에는 시차가 있다.
변동형을 고른다면 비상자금을 따로 두자. 위 사례처럼 금리가 1%포인트 올랐을 때 늘어나는 1년치 상환액 정도를 현금성 자산으로 확보하면 충격을 줄일 수 있다.
혼합형은 중간이 아니라 ‘전환일이 있는 상품’이다
고정과 변동의 장점을 반씩 가진다고 생각하기 쉽다. 실제로는 정해진 날 위험의 성격이 바뀐다.
예를 들어 5년 고정 후 변동이라면 5년 뒤 남은 원금이 얼마인지 먼저 계산한다. 그 원금에 금리가 1~2%포인트 오른 상황을 넣어 월 상환액을 본다. 5년 뒤 소득이 늘 것이라는 가정도 보수적으로 잡는다.
전환일 전에 대환할 생각이라면 대환이 안 되는 경우도 생각해야 한다. 집값 하락, 소득 감소, 규제 변경으로 새 대출한도가 줄 수 있다. ‘그때 갈아타면 된다’는 말은 계획이 아니라 선택지 하나다.
내가 쓰는 선택 기준표
한 번 고른 금리가 끝까지 가는 것도 아니다. 나중에 조건이 바뀌면 갈아타기로 이득이 나는 지점을 계산해 옮기면 된다. 그러니 지금 선택은 앞으로 2~3년을 버틸 수 있는지로 좁혀서 봐도 된다.
종이에 아래 다섯 줄을 적고 답하면 의외로 빨리 정리된다.
1. 금리가 1%포인트 오를 때 월 상환액:
2. 그 금액을 2년간 감당할 수 있는가:
3. 집과 대출을 유지할 예상기간:
4. 3년 안에 큰 원금 상환 계획이 있는가:
5. 고정형과 변동형의 실제 금리 차이:
고정형의 추가 비용을 계산하려면 같은 원금과 같은 기간으로 두 상품의 월 상환액 차이를 구한다. 그 차액을 ‘보험료’처럼 내고 상환액을 고정할 가치가 있는지 판단한다.
변동형이 처음에 월 6만 원 싸고, 금리 1%포인트 상승 시 월 18만 원이 늘어난다고 해보자. 월 6만 원 절약만 보고 고르기보다 월 18만 원 증가를 받아들일 수 있는지 먼저 답한다.
마지막으로 은행 두세 곳에 같은 질문을 보낸다.
이 상품은 만기까지 고정인가요, 일정 기간 뒤 변동인가요?
다음 금리 변경일과 변경주기는 언제인가요?
변동 후 적용할 기준금리와 가산금리는 무엇인가요?
우대금리를 잃으면 최종금리는 얼마인가요?
3년 안에 상환할 때 중도상환수수료는 얼마인가요?
금리 방향을 맞히면 좋은 선택이 되는 상품보다, 틀려도 버틸 수 있는 상품이 내게는 더 낫다. 현재 주담대 금리가 왜 움직이는지는 주담대 금리 7%대까지 올랐다…앞으로 벌어질 일들에서 더 자세히 볼 수 있다.
월 상환액은 가정한 금리와 원리금균등상환 방식으로 계산한 예시다. 실제 금리, 우대조건, 변경주기와 수수료는 금융회사 및 상품에 따라 달라진다. 약정 전 상환예정표와 금리 산정내역을 받아 비교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