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든 공매든 초보자들이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부분이 바로 명도다.
낙찰은 받았는데 기존 소유자나 임차인이 집을 비워주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걱정 때문에 권리분석과 입찰가 계산까지 끝내놓고도 입찰을 포기하는 경우가 있다.
경매에는 인도명령이라는 비교적 간단한 절차가 있다.
반면 압류공매는 인도명령을 이용할 수 없고, 점유자와 협의가 되지 않으면 명도소송을 해야 할 수도 있다.
이 말만 들으면 공매 명도가 경매보다 훨씬 어렵게 느껴진다.
하지만 실제 명도는 처음부터 소송으로 시작하는 일이 아니다.
현재 누가 살고 있는지 확인하고, 그 사람이 계속 거주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지 따져본 뒤 이사 날짜와 비용을 협의하는 것이 먼저다.
정확한 공식 통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경매와 공매를 오래 해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많은 물건이 소송이나 강제집행까지 가지 않고 협의로 끝난다고 한다.
점유자 입장에서도 소송이 길어지고 강제집행까지 진행되는 것이 좋은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대부분 협의로 끝난다는 말만 믿고 아무 준비 없이 접근해서는 안 된다.
협의가 깨지거나 점유자가 연락을 피할 경우를 대비해 내용증명과 명도소송까지 이어지는 순서를 알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갑자기 문제가 생겨도 당황하지 않고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이번 글에서는 경매와 압류공매의 명도가 어떻게 다른지, 점유자에게 처음 연락할 때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 이사비는 언제 지급해야 하는지, 협의가 되지 않을 때 어떤 순서로 대응해야 하는지 쉽게 정리해보려고 한다.
공매 부분은 온비드에 올라오는 여러 유형 중 세금 체납자의 부동산을 매각하는 압류재산 공매를 기준으로 설명한다.
신탁공매나 국·공유재산 매각은 공고문과 계약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방식으로 보면 안 된다.
명도는 낙찰받은 뒤가 아니라 입찰 전부터 시작한다
명도는 낙찰받은 뒤에 처음 생각하는 일이 아니다.
입찰 전에 현재 누가 살고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그래야 명도에 들어갈 시간과 비용을 예상하고 입찰가에 반영할 수 있다.
| 현재 점유자 | 먼저 확인할 내용 |
|---|---|
| 채무자·소유자 본인 | 실제 거주 여부와 이사 가능한 시기 |
| 후순위 임차인 등 낙찰자에게 대항할 권리가 없는 사람 | 보증금 배분 여부, 이사 일정과 협의 비용 |
| 선순위 대항력 있는 임차인·유치권 주장자 등 | 낙찰자가 떠안을 권리와 금액이 있는지 별도 분석 |
세 번째에 해당하는 사람은 단순히 집을 비워주지 않고 버티는 점유자와는 다르다.
낙찰자에게 맞설 수 있는 권리가 있다면 보증금이나 권리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집을 비워주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경매라면 매각물건명세서와 현황조사서, 등기부를 확인하고, 압류공매라면 공매재산명세서와 공고문, 등기부, 전입과 점유조사 내용을 서로 비교해야 한다.
점유자가 정확히 누구인지 모르는데도 “낙찰받고 소송하면 다 해결되겠지”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서류에는 소유자가 살고 있다고 적혀 있지만 실제 현장에는 임차인이나 제3자가 거주하고 있을 수도 있다.
현장에 갔을 때는 우편함, 전기·가스 사용 흔적, 관리사무소 확인과 이웃의 이야기를 통해 실제 거주 여부를 최대한 확인한다.
물론 개인정보를 캐묻거나 이웃에게 채무 사실을 알리는 방식으로 조사해서는 안 된다.
경매에는 인도명령이 있지만 압류공매에는 없다
경매와 공매 명도의 가장 큰 차이는 인도명령이다.
법원경매에서는 낙찰자가 잔금을 낸 뒤 6개월 안에 인도명령을 신청할 수 있다.
쉽게 말하면 법원에 현재 점유자가 집을 넘겨주도록 명령해달라고 신청하는 절차다.
다만 선순위 대항력 있는 임차인처럼 낙찰자에게 맞설 수 있는 권리가 있는 사람에게는 인도명령이 나오지 않을 수 있다.
압류공매에는 경매와 같은 인도명령 절차가 없다.
온비드 압류재산 공매공고에서도 부동산 명도는 매수인이 책임지는 것으로 안내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압류재산 공매가 어떤 절차로 진행되는지는 공매 입찰 절차 총정리에서 먼저 확인하면 이해가 빠르다.
점유자와 협의가 되지 않으면 일반 민사소송인 부동산 인도청구소송, 흔히 말하는 명도소송을 검토해야 한다.
그렇다고 공매 낙찰자가 무조건 불리한 것은 아니다.
낙찰자가 매수대금을 모두 내고 정상적으로 소유권을 취득했으며, 점유자에게 계속 살 수 있는 권리가 없다면 정해진 절차에 따라 집을 돌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건 두 가지다.
- 낙찰자가 잔금을 모두 내고 소유권을 취득했는가
- 점유자에게 계속 거주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가
이 두 가지가 명확하다면 감정적으로 밀어붙일 필요도 없고, 반대로 지나치게 겁먹을 필요도 없다.
정해진 순서대로 진행하면 된다.
첫 연락에서는 소송보다 이사 날짜를 먼저 묻는다
처음부터 “소송하겠습니다”, “강제집행하겠습니다”라고 말하면 상대방도 방어적으로 나올 수 있다.
첫 연락의 목적은 누가 이기고 지는지 알려주는 것이 아니다.
현재 누가 살고 있고 언제 이사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안녕하세요.
○○아파트 ○동 ○호 낙찰자입니다.
현재 거주 상황과 이사 가능한 일정을
서로 불편하지 않게 협의하고 싶어 연락드렸습니다.
편하신 시간을 알려주시면 통화드리겠습니다.
연락처를 모른다면 짧은 안내문을 봉투에 넣어 현관에 남길 수도 있다.
이때 경매나 공매, 채무 내용이 이웃에게 보이게 해서는 안 된다.
문을 강제로 열거나 전기와 수도를 끊어 압박해서도 안 된다.
통화에서는 아래 내용부터 확인하면 된다.
- 실제로 누가 살고 있는지
- 이사할 곳을 알아보고 있는지
- 현실적으로 언제쯤 이사할 수 있는지
- 집 안에 남은 짐이 얼마나 있는지
- 관리비와 전기·가스·수도를 어떻게 정리할지
통화가 끝난 뒤에는 합의한 내용을 문자로 다시 남기는 게 좋다.
오늘 통화한 내용대로 ○월 ○일까지 이사하는 방향으로 협의한 것으로 이해했습니다. 내용이 다르다면 답변 부탁드립니다.
말로만 약속하면 나중에 서로 기억하는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
이사비는 반드시 줘야 하는 돈이 아니다
이사비는 법으로 정해진 돈이 아니다.
낙찰자가 반드시 지급해야 하는 돈도 아니다.
다만 점유자가 약속한 날짜에 집을 비워주는 조건으로, 소송과 강제집행에 들어갈 시간과 비용보다 적은 금액을 제시할 수 있다.
결국 이사비는 점유자에게 주는 선물이 아니라 기다리는 시간과 소송비용을 줄이기 위해 쓰는 협상 비용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아파트를 기준으로 대략 아래 정도를 상한으로 잡는 편이다.
- 20평대는 150만 원 이하
- 30평대는 250만 원 이하
금액에 정답은 없다. 나만의 기준일 뿐이다.(참고만 해라)
짐의 양, 이사 거리, 사다리차 사용 여부, 점유자의 상황과 예상 소송기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중요한 건 입찰 전에 명도비 예산을 정해두는 것이다.
기준 없이 협상하면 상대방이 요구하는 금액에 끌려갈 수 있다.
예상 소송비용과 대출이자, 관리비, 매도 지연으로 생기는 비용을 모두 합한 뒤 그보다 충분히 적은 금액 안에서 협의해야 한다.
예상 소송·강제집행 비용
+ 소송 중 대출이자와 관리비
+ 매도나 입주가 늦어져 생기는 비용
= 협의가 깨졌을 때 예상되는 총비용
미납관리비가 이사비와 비슷하다면 현금을 따로 지급하지 않고 관리비를 대신 정리하는 방식으로 협의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내가 생각한 이사비 한도가 150만 원이고, 점유자가 부담해야 할 미납관리비가 150만 원이라면 이렇게 제안할 수 있다.
약속한 날짜까지 집을 완전히 비워주시면 별도의 현금 이사비 대신 미납관리비를 정리하겠습니다.
다만 관리비 중에는 공용부분 체납관리비처럼 낙찰자에게도 부담 문제가 생길 수 있는 항목이 있다.
관리사무소에서 낙찰자가 부담할 수 있는 금액과 점유자가 부담해야 할 금액을 먼저 나눠서 확인해야 한다.
돈은 반드시 집이 완전히 비워진 뒤 지급한다
명도 협의를 하다 보면 점유자가 이사비를 먼저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이사비를 받아야 새집을 구할 수 있다”거나 “계약금을 먼저 내야 한다”는 이유를 들기도 한다.
사정은 이해할 수 있지만, 절대 이사비를 먼저 전액 지급하면 안된다.
돈을 먼저 지급하면 약속한 날짜에 이사를 미루거나, 짐을 일부 남겨두고 추가 비용을 요구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사비는 반드시 집이 완전히 비워진 것을 확인한 뒤 지급해야 한다.
사람과 짐이 모두 빠졌는지 확인하고, 열쇠와 출입카드까지 넘겨받은 다음 계좌이체하는 방식이 가장 안전하다.
합의가 끝났다면 간단하게라도 문서로 남겨두는 게 좋다.
다음 내용 정도는 반드시 포함한다.
- 집을 비울 날짜와 시간
- 집 안의 모든 사람과 짐을 내보낸다는 내용
- 열쇠와 출입카드, 주차카드를 넘긴다는 내용
- 관리비와 전기·가스·수도 정산 기준
- 집 안에 훼손된 곳이 없는지 함께 확인한다는 내용
- 집을 완전히 넘겨받은 뒤 이사비를 지급한다는 내용
약속한 날에는 집 안을 직접 확인한다.
짐이 일부 남아 있거나 다른 사람이 계속 거주하고 있다면 인도가 완료된 것으로 보면 안 된다.
빈집 확인, 열쇠 인계, 비용 지급은 반드시 같은 날 한 번에 끝내는 것이 좋다.
연락을 피하면 내용증명으로 기한을 정한다
문자와 전화에도 답이 없거나 약속한 날짜를 계속 미룬다면 내용증명을 보낼 수 있다.
내용증명은 상대방을 겁주기 위한 편지가 아니다.
언제 집을 비워달라고 요청했고, 언제까지 답변을 달라고 했는지 기록으로 남기는 문서다.
발신인은 해당 부동산의 매수대금을 모두 납부했습니다.
현재 귀하가 위 부동산을 점유하고 있어
이사 일정에 관한 협의를 요청드립니다.
○월 ○일까지 이사 가능일과 관리비 정산 방법에 대해
회신해 주시기 바랍니다.
기한까지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부동산 인도청구소송 등 필요한 절차를 검토하겠습니다.
가능하면 소송 없이 원만하게 해결하기를 희망합니다.
“강제로 끌어내겠다”, “짐을 버리겠다” 같은 표현은 넣지 않는다.
사실과 날짜만 차분하게 적으면 된다.
내용증명을 보냈다고 바로 집을 넘겨받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나중에 소송을 하게 됐을 때 언제부터 집을 비워달라고 요구했고, 어느 정도 협의 기회를 줬는지 보여주는 자료가 된다.
협의가 안 되면 실제 점유자를 다시 확인한다
협의가 끝내 되지 않으면 공매에서는 명도소송을 검토해야 한다.
이때 등기부에 적힌 소유자만 보고 소송 상대방을 정하면 안 된다.
실제로 다른 사람이 살고 있다면 판결을 받고도 강제집행 과정이 복잡해질 수 있다.
소송 중 점유자가 가족이나 다른 사람에게 점유를 넘길 가능성이 있다면 부동산점유이전금지가처분도 검토할 수 있다.
이름은 어렵지만 뜻은 단순하다.
소송 중에 점유자를 다른 사람으로 바꿔 강제집행을 어렵게 만드는 일을 미리 막아두는 절차다.
이 절차가 명도소송 자체를 빠르게 끝내주는 것은 아니다.
다만 소송 중 점유자가 바뀌어 다시 절차를 진행해야 하는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명도소송까지 갈 가능성이 높다면 아래 순서로 준비하면 된다.
- 현재 실제 점유자를 다시 확인한다.
- 문자와 전화로 협의를 시도한 기록을 정리한다.
- 연락이 되지 않으면 내용증명을 보낸다.
- 점유자가 바뀔 위험이 있다면 점유이전금지가처분을 검토한다.
- 정한 기한이 지나면 명도소송을 준비한다.
-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협상은 계속한다.
소송을 시작했다고 합의하면 안 되는 것은 아니다.
중간에 이사 날짜와 조건이 합의되면 소송을 취하하고 마무리할 수 있다.
실제 점유자가 누구인지, 누구를 상대로 소송해야 하는지, 점유이전금지가처분이 필요한지는 물건마다 다르다.
소송으로 넘어갈 상황이라면 공매나 경매 관련 서류와 현장조사 내용, 문자와 통화 기록을 정리해 법률 전문가에게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경매라면 협상하면서 인도명령도 신청한다
공매와 달리 경매에는 인도명령이 있다.
경매 물건을 낙찰받았다면 잔금을 낸 뒤 점유자와 협상하면서 인도명령도 바로 신청하는 게 좋다.
“먼저 협상해보고 안 되면 신청하지.”
이렇게 기다리다가 협상이 한두 달 늦어지면 그때부터 다시 인도명령 절차를 시작해야 한다.
그동안 대출이자와 관리비는 계속 나간다.
인도명령을 신청했다고 바로 강제집행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협상이 잘 끝나고 집을 넘겨받았다면 신청을 취하하거나 더 이상 집행하지 않으면 된다.
점유자와는 정중하게 협상한다.
법원 절차는 미리 준비한다.
두 가지를 동시에 진행해야 시간을 아낄 수 있다.
명도에서 중요한 것은 이기는 것이 아니다
명도를 진행하다 보면 누가 법적으로 유리한지, 점유자에게 얼마를 줘야 하는지에만 집중하기 쉽다.
하지만 우리가 명도를 하는 목적은 점유자와 싸워 이기는 것이 아니다.
최대한 적은 비용으로 약속한 날짜에 집을 넘겨받고, 수리나 매도를 시작하는 것이 목적이다.
점유자에게 낙찰자와 맞설 권리가 없다면 일반적으로 낙찰자가 절차상 유리한 위치에 있다.
그렇다고 상대방을 무시하거나 강하게 압박할 필요는 없다.
반대로 점유자가 요구하는 이사비를 전부 들어줄 필요도 없다.
정중하게 대하되 내가 입찰 전에 정한 비용과 기한 안에서 협의하면 된다.
경매는 인도명령을 함께 준비하고, 압류공매는 협의가 깨졌을 때 내용증명과 명도소송으로 바로 넘어갈 수 있도록 준비한다.
결국 명도를 잘하는 방법은 특별한 말솜씨가 아니다.
누가 살고 있는지 먼저 확인하고, 상대방의 권리를 정확히 분석하고, 협의 내용을 기록으로 남기고, 약속이 깨졌을 때 지체하지 않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다.
가장 좋은 명도는 법정에서 이기는 명도가 아니다. 적당한 비용으로 약속한 날짜에 집을 넘겨받는 명도다.
이 글은 경매와 압류재산 공매의 일반적인 명도 과정을 설명한 참고용 글이다. 선순위 대항력 있는 임차인, 유치권 주장자나 실제 점유자가 불분명한 물건은 입찰 전에 별도로 확인하는 게 안전하다. 점유자의 동의 없이 문을 열거나 짐을 옮기고, 전기나 수도를 끊어 압박하는 방식은 사용하면 안 된다.
참고한 기준
- 국가법령정보센터, 민사집행법 제136조 부동산의 인도명령
- 국가법령정보센터, 민법 제213조 소유물반환청구권
- 온비드 압류재산 공매공고의 부동산 명도책임 관련 안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