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금 2억원.
그런데 이 돈이 집주인 통장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HUG가 맡아 운용하고 집주인에게는 매달 73만원을 준다.
처음 들으면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 이득인 제도처럼 보인다.
한 줄 결론부터 말하면 세입자에게는 꽤 매력적이고, 집주인에게는 목돈이 필요하지 않을 때만 맞는 구조다.
그리고 월 73만원은 확정된 상품 금액이 아니다. 전세금 2억원과 연 4%대 운용수익을 넣은 정부 계산 예시다.
집주인이 전세금을 받지 않는 전세계약
전월세 안심신탁은 월세 물건을 전세로 바꿔 공급하는 사업이다.
임대인, 임차인, 공공전월세안정화기구 역할을 맡는 HUG가 3자 약정을 맺는다.
돈은 이렇게 움직인다.
세입자 → 전세금 전액을 HUG에 예치
HUG → 전세금을 주택공급 관련 자금으로 운용
HUG → 집주인에게 운용수익을 매달 지급
계약 종료 → HUG가 세입자에게 전세금 반환
기존 전세와 가장 다른 부분은 하나다.
집주인이 전세금을 보유하지 않는다.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은 문제가 생긴 뒤 보증기관이 대신 돌려주는 장치에 가깝다. 안심신탁은 처음부터 전세금을 공공기구가 쥐고 있는 방식이다.
74만원이 왜 53만원으로 줄었을까
정부가 공개한 서울 빌라 예시를 그대로 계산해 보자.
| 계산 조건 | 기존 월세 | 안심신탁 전세 |
|---|---|---|
| 주택 매매가격 | 3억원 | 3억원 |
| 임차 조건 | 보증금 1천만원 | 전세금 2억원 |
| 매달 주거비 | 월세 74만원 | 대출이자 약 53만원 |
| 전세금 관리 | 집주인 | HUG |
| 집주인이 받는 돈 | 월세 74만원 | 운용수익 약 73만원 |
세입자는 전세금 2억원 가운데 80%인 1억6천만원을 연 3.97% 전세대출로 마련한다고 가정했다.
1억6천만원 × 연 3.97% ÷ 12개월
= 약 52만9천원
반올림하면 월 53만원이다.
기존 월세 74만원보다 약 21만원 적다.
단, 내 돈 4천만원이 들어간다. 이 돈을 다른 곳에 넣었을 때 받을 수 있었던 이자와 대출 부대비용까지 합치면 실제 차이는 줄어든다.
집주인의 월 73만원도 같은 방식이다.
전세금 2억원을 연 4.35% 수준으로 운용한다고 놓으면 한 달 수익은 72만5천원이다. 정부가 제시한 숫자는 이를 반올림한 값이다.
현재 발표된 범위는 연 4%대다. 정확한 지급률과 중도해지 조건은 모집공고에서 확정될 내용이다.
세입자는 이런 경우에 유리하다
현재 내는 월세가 높고 전세대출을 비교적 낮은 금리로 받을 수 있다면 계산이 잘 나온다.
무엇보다 집주인이 전세금을 쓰지 못한다. 보증금 반환 걱정 때문에 전세를 꺼렸던 세입자에게는 이 차이가 크다.
내가 세입자라면 아래 네 가지를 먼저 비교한다.
- 지금 내는 월세와 관리비
- 안심신탁 전세금 중 내가 직접 마련할 돈
- 실제 전세대출 금리와 한 달 이자
- 중도 퇴거 때 공제되는 금액과 반환 일정
월세 74만원과 대출이자 53만원만 비교하면 안 된다.
내 돈 4천만원의 이자, 대출 인지비용과 중도상환수수료까지 더해야 내가 실제로 아끼는 금액이 나온다.
집주인은 누구에게 맞을까
집주인은 전세금 2억원을 직접 받는 대신 매월 운용수익을 받는다.
공실이나 월세 연체 없이 일정한 현금흐름을 원하는 집주인이라면 관심을 가질 만하다. 등록임대사업자의 보증 가입 부담과 임대소득 세제 지원도 추진 중이다.
반대로 전세금을 받아 기존 세입자 보증금을 돌려주거나 대출을 갚아야 한다면 맞지 않는다.
목돈이 필요한 집주인에게 2억원을 맡기고 월 73만원만 받으라는 제안은 별로 매력적이지 않다.
그래서 이 제도의 성패는 세입자보다 집주인 모집에 달렸다고 본다.
정부가 월세와 비슷한 수익률, 세제 지원, 보증 가입 부담 완화를 함께 꺼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모든 집이 바로 대상은 아니다
정부 발표상 초기 대상은 시세 20억원 이하 주택이다. 아파트만이 아니라 연립·다세대 등 주택 유형 전반을 열어두되, 주변 시세보다 전세금이 지나치게 높은 계약은 제외할 계획이다.
소득과 자산 기준 없이 자발적으로 신청하는 구조지만 아직 모집공고 전이다.
아래 내용은 세부 공고에서 확인해야 한다.
- 선순위 근저당이 있는 집의 참여 기준
- 주택가격과 전세금 비율
- 집주인에게 지급할 최종 수익률
- 임차인 중도퇴거와 위약 조건
- 세제 지원의 대상과 시행 시점
- 실제 신청 화면과 제출 서류
올해는 LH 매입임대주택 500가구를 먼저 적용하는 시범사업도 예정돼 있다. 공고가 나오기 전 중개업소에서 안심신탁 확정 매물이라고 홍보한다면 HUG나 국토교통부 공고에 실제로 올라온 주택인지부터 확인하는 편이 낫다.
내가 보는 결론
전월세 안심신탁은 전세보증보험 이름만 바꾼 상품이 아니다.
전세금의 보관자를 집주인에서 HUG로 바꾸고, 집주인에게는 월세에 가까운 수익을 주는 새로운 계약 방식이다.
세입자는 보증금 안전과 월 주거비 절감이 강점이다.
집주인은 안정적인 월수입이 장점이지만 전세금 목돈을 쓸 수 없다.
그러니 누가 더 이득인가보다 먼저 물어야 할 질문은 이것이다.
세입자는 대출이자를 감당할 수 있는가. 집주인은 전세금 없이도 되는가.
두 조건이 맞을 때 비로소 성립하는 계약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