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해튼은 아파트가 비싸고, 시드니는 단독주택이 비싸다.
싱가포르는 HDB라는 집에 많이 살고, 영국 사람들은 아파트를 플랫이라고 부른다.
그러면 도대체 뭘 기준으로 비교해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 도시 사람들이 실제로 많이 사는 주거형태를 먼저 정하고, 매매가격과 월세를 따로 봐야 한다.
서울 아파트를 시드니의 작은 원룸과 비교하거나, 맨해튼 콘도를 미국 전체 단독주택과 비교하면 숫자는 그럴듯해도 의미가 없다.
그래서 이번에는 맨해튼, LA, 샌프란시스코, 런던, 파리, 도쿄, 서울, 싱가포르, 시드니, 밴쿠버를 골랐다.
각 도시의 대표 주거형태가 무엇인지부터 확인하고, 2026년 공개된 최신 매매가격과 도심 1베드룸 월세를 원화로 다시 계산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소득까지 넣었다.
집값만 비싼 도시와, 그 도시에서 버는 돈에 비해 정말 집 사기 어려운 도시는 다르기 때문이다.
아파트, 플랫, 콘도, HDB는 뭐가 다른가?
단어부터 간단히 정리하자.
**아파트(apartment)**와 **플랫(flat)**은 거의 같은 말이다.
한 건물 안에 여러 가구가 나눠 사는 공동주택을 미국에서는 apartment, 영국에서는 flat이라고 많이 부른다.
영국의 **메조넷(maisonette)**은 보통 한 세대가 내부 2개 층을 쓰는 복층형 플랫이다.
**콘도(condo)**는 건물 모양보다 소유방식을 말한다.
내 집 내부는 개인이 소유하고, 복도·엘리베이터·수영장 같은 공용부분은 다른 소유자들과 함께 관리한다. 우리나라 아파트 소유방식과 가장 비슷하다.
맨해튼에서 많이 보이는 **코옵(co-op)**은 조금 다르다.
아파트 한 칸의 소유권을 바로 사는 게 아니라 건물을 가진 법인의 주식을 사고, 그 주식에 딸린 입주권으로 집을 사용한다. 그래서 매수자를 이사회가 심사하는 경우도 많다.
일본의 **맨션(mansion)**도 영어의 대저택이 아니다.
철근콘크리트로 지은 중고층 공동주택을 뜻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아파트에 가깝다.
싱가포르의 HDB 플랫은 정부 주택개발청이 공급·관리하는 공공주택이다.
대부분 99년 사용권 방식이고, 매입자격과 재판매 규칙이 붙는다. 외관은 아파트와 비슷하지만 민간 콘도와는 가격도, 자격도 다르다.
| 도시 | 실제 주거 중심 | 이 글에서 비교한 집 | 왜 이걸 골랐나 |
|---|---|---|---|
| 뉴욕 맨해튼 | 다가구 공동주택 | 코옵·콘도 | 전체 주택의 98% 이상이 공동주택 계열 |
| LA | 공동주택 | 콘도 | 다세대·아파트형 주택이 약 58%로 단독주택보다 많음 |
| 샌프란시스코 | 공동주택 | 콘도 | 공동주택 비중 약 70% |
| 런던 | 플랫·메조넷 | 플랫·메조넷 | 플랫 계열이 55.9% |
| 파리 | 아파트 | 기존 아파트 | 파리 도시권 주택의 78.3%가 아파트 |
| 도쿄 23구 | 맨션·아파트 | 중고 맨션 | 도심 주택시장이 공동주택 중심 |
| 서울 | 아파트 | 아파트 | 서울 주택시장의 대표 상품 |
| 싱가포르 | HDB 플랫 | HDB 재판매 | 2025년 거주가구의 77.2%가 HDB 거주 |
| 시드니 | 단독주택 | 단독주택 | 2021년 별도 단독주택 비중 53.6% |
| 밴쿠버 광역 | 아파트·콘도 | 아파트 | 아파트 계열이 약 60% |
LA는 흔히 마당 있는 단독주택 도시로 생각하지만 시 전체 숫자를 보면 공동주택이 더 많다.
반대로 시드니는 아파트도 많지만 아직 대표 주거형태가 단독주택이다.
이 차이를 무시하면 시드니 집값이 유난히 비싸 보이거나, LA 집값을 괜히 높여 잡게 된다.
2026년 세계 주요 도시 집값과 월세
여기서 매매가격은 억지로 하나의 통계로 통일하지 않았다.
각 도시에서 신뢰도가 높은 시장지표가 평균이면 평균, 중위가격이면 중위가격, 벤치마크면 벤치마크라고 그대로 표시했다.
월세는 비교하기 쉽게 도심 1베드룸 한 채의 월 임대료로 맞췄다. 관리비와 보증금은 제외했다. 맨해튼만 2026년 7월 중위월세이고, 나머지 도시는 2026년 6~7월 Numbeo 평균이다.
원화 환산은 2026년 8월 7일 유럽중앙은행 기준환율을 사용했다.
| 도시 | 대표 주거형태 | 2026년 현지 대표가격 | 원화 환산 | 도심 1BR 월세 |
|---|---|---|---|---|
| 뉴욕 맨해튼 | 코옵·콘도 | US$125만 | 약 17.70억원 | 약 636만원 |
| LA | 콘도 | US$68.5만 | 약 9.70억원 | 약 359만원 |
| 샌프란시스코 | 콘도 | US$107.4만 | 약 15.21억원 | 약 515만원 |
| 런던 | 플랫·메조넷 | £42.3만 | 약 8.06억원 | 약 436만원 |
| 파리 | 기존 아파트 60㎡ | €57.48만 | 약 9.39억원 | 약 226만원 |
| 도쿄 23구 | 중고 맨션 | ¥7,558만 | 약 6.76억원 | 약 180만원 |
| 서울 | 아파트 | 15억8,311만원 | 15.83억원 | 약 129만원 |
| 싱가포르 | HDB 재판매 | S$65.98만 | 약 7.29억원 | 약 412만원 |
| 시드니 | 단독주택 | A$173.39만 | 약 17.28억원 | 약 355만원 |
| 밴쿠버 광역 | 아파트 | C$69.52만 | 약 7.03억원 | 약 267만원 |
매매가격의 자료시점과 방식은 맨해튼·시드니 2026년 2분기 중위가격, LA·샌프란시스코·도쿄·서울·밴쿠버 2026년 6월, 런던 2026년 5월, 파리 2026년 2월, 싱가포르 2026년 상반기다.
파리는 공증인협회가 발표한 ㎡당 9,580유로에 60㎡를 곱했다. 평균 한 채 가격이 아니라 같은 크기를 가정한 환산값이다.
싱가포르 HDB는 2026년 상반기 1만2,233건을 직접 합산한 평균이고, 중위가격은 약 63만 싱가포르달러였다.
숫자를 보면 서울 아파트는 분명 비싸다.
평균가격 15억8,311만원으로 맨해튼 코옵·콘도, 시드니 단독주택과 비슷하고 샌프란시스코 콘도보다도 조금 높다.
다만 여기서 서울이 세계 2위라고 하면 안 된다.
맨해튼은 중위가격, 서울은 평균가격이고 시드니는 땅을 포함한 단독주택이다. 집의 크기와 통계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 표가 말해주는 건 순위보다 각 도시에서 보통 거래되는 대표 주택 한 채에 어느 정도 돈이 필요한가다.
도시 GDP가 크면 집값도 덜 부담스러운 걸까?
세계 도시 경제순위는 보통 도시 전체 GDP로 매긴다.
그런데 집값을 도시 GDP로 나누는 건 별 의미가 없다.
도시 GDP는 그 지역의 기업과 사람이 1년 동안 만들어낸 전체 부가가치다. 인구가 많고 행정구역이 넓으면 숫자가 커진다.
반면 집은 도시가 사는 게 아니라 가구가 산다.
그래서 주거비 부담은 집값을 가구소득으로 나눈 PIR과 월세를 월 순소득으로 나눈 비율로 보는 게 맞다.
같은 기준을 쓰기 위해 Numbeo의 도시별 자료를 사용했다.
Numbeo PIR은 90㎡ 아파트 가격을 가정하고, 평균 순급여의 1.5배를 가족 순소득으로 잡아 몇 년치 소득인지 계산한다. 공식 집값 순위는 아니지만 도시끼리 같은 자를 대는 데는 쓸 만하다.
| 도시 | 집값소득비율 PIR | 도심 1BR 월세 ÷ 월 순소득 | 한 줄 해석 |
|---|---|---|---|
| 서울 | 30.5배 | 28% | 집 사기는 가장 어렵고 월 현금부담은 가장 낮음 |
| 싱가포르 | 23.6배 | 67% | 매입도 어렵고 민간 도심 월세도 높음 |
| 런던 | 17.1배 | 70% | 집값과 월세가 둘 다 무거움 |
| 파리 | 16.9배 | 43% | 매입부담이 월세부담보다 큼 |
| 도쿄 | 16.0배 | 52% | 한 채 가격은 낮아 보여도 소득 대비로는 싸지 않음 |
| 시드니 | 12.2배 | 60% | 단독주택 매매가격과 월세 모두 높음 |
| 밴쿠버 | 11.6배 | 55% | 소득보다 집값 상승이 앞선 시장 |
| 뉴욕 | 11.1배 | 82%* | 맨해튼 월세의 현금부담이 압도적 |
| LA | 8.5배 | 58% | 절대가격보다 높은 월세가 부담 |
| 샌프란시스코 | 6.6배 | 48% | 집값은 높지만 평균 급여도 높음 |
*뉴욕의 PIR과 순소득은 뉴욕시, 월세는 맨해튼 1베드룸 중위가격을 사용했다.
이 표에서 제일 눈에 띄는 도시는 서울이다.
PIR은 30.5배로 10개 도시 중 가장 높다.
경제 규모가 큰 도시라는 점을 감안해도 소득으로 서울 집을 사기는 매우 어렵다는 뜻이다.
OECD도 2026년 한국경제보고서에서 2025년 기준 중위소득 가구가 자기자본과 일반 주택담보대출로 살 수 있는 서울 주택이 약 7%에 불과하다고 봤다.
그런데 도심 1베드룸 월세를 평균 월 순소득으로 나누면 28%로 가장 낮다.
집값은 상위권인데 월세는 최하위권.
이상해 보이지만 이유가 있다.
서울은 전세 때문에 월세가 낮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사용자가 느낀 관점은 맞다.
우리나라에는 전세가 있어서 임대인이 월세 대신 큰 보증금을 받는다. 보증부월세도 보증금을 많이 넣을수록 월세가 내려간다.
해외의 월세 통계는 보통 보증금이 1~2개월치 수준이다.
서울 원룸이 보증금 1억원에 월 120만원이고, 맨해튼 원룸이 보증금 1개월에 월 600만원이라면 월세 숫자만 비교할 때 서울이 훨씬 싸게 나온다.
하지만 1억원도 공짜는 아니다.
내 돈이면 그 돈을 다른 곳에 굴리지 못하는 기회비용이 생기고, 대출받은 돈이면 이자를 내야 한다.
예를 들어 보증금 1억원의 기회비용을 연 4%로 잡으면 한 달 약 33만원이다.
보증금 1억원 × 연 4% ÷ 12개월 = 월 33만원
표에 나온 서울 월세 129만원에 이 금액을 더하면 체감 주거비는 162만원이 된다.
전세보증금이 5억원이면 같은 방식으로 월 167만원의 비용이 숨어 있다.
월세 0원이라고 주거비도 0원은 아니라는 말이다.
OECD는 한국의 전세보증금을 보통 집값의 50~70%에 이르는 큰 무이자 보증금 구조로 설명한다.
그래서 한국은 전체 가구의 소득 대비 주거비 지출이 약 15%로 OECD 평균 20%보다 낮게 보이지만, 서울의 신규 매수자와 큰 전세보증금을 마련해야 하는 사람에게는 전혀 싸지 않다.
정리하면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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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월 현금 임대료가 해외 대도시보다 낮다는 말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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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와 큰 보증금이 월세를 눌러주는 것도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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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보증금의 기회비용과 대출이자를 빼고 비교하면 서울 주거비가 실제보다 낮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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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입가격을 소득과 비교하면 서울은 오히려 가장 부담이 큰 축이다.
이 표에서 정말 봐야 할 것
맨해튼은 집도 비싸고 월세도 비싸다.
런던과 싱가포르는 집을 사지 않아도 월세 부담이 크다.
샌프란시스코는 절대 집값은 높지만 소득도 높아서 PIR 순위는 내려간다.
도쿄는 평균 중고 맨션 한 채가 6억7,600만원 정도다.
그 숫자가 서울보다 낮은 건 맞지만, 평균 전용면적이 56.6㎡로 작고 중고 맨션 거래만 모은 값이다. 그렇다고 이 글의 결론이 도쿄가 싸다는 건 아니다.
소득 대비 PIR은 16배로 여전히 부담스러운 도시다.
서울은 반대다.
아파트 한 채 가격과 소득 대비 매입부담은 매우 높은데, 전세와 보증부월세 때문에 매달 통장에서 빠지는 월세는 낮게 잡힌다.
그래서 세계 주거비를 비교할 때는 딱 세 줄을 같이 봐야 한다.
무슨 집인가.
한 채 가격과 소득의 비율은 얼마인가.
월세 외에 보증금으로 묶이는 돈은 얼마인가.
이 셋을 같이 보면 서울은 월세가 싼 도시라기보다 집을 사거나 큰 보증금을 마련하기는 어려운데, 월 현금 임대료만 낮게 보이는 도시에 가깝다.
그게 이번 비교의 결론이다.
나라별 취득세·보유세·양도세까지 더한 실제 비용은 세계 부동산 세금 비교에서 따로 정리해두었다.
평균, 중위가격, ㎡당 가격이 왜 다르게 보이는지는 집값 통계 보는 법을 같이 보면 이해가 쉽다.
서울 안에서 전세와 월세 중 무엇이 실제로 싼지는 서울 아파트 전세 7억 시대, 전세와 월세 중 뭐가 더 비쌀까?에서 대출이자와 보증금 기회비용까지 넣어 계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