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찰할 때는 분명 후순위 임차인이었다.
보증금도 낙찰자가 인수하지 않는 것으로 계산했다.
그런데 낙찰 뒤 말소기준권리인 1순위 근저당권이 사라졌다.
그러면 임차인이 갑자기 선순위가 될 수 있다.
낙찰가격만 내면 끝날 줄 알았는데 임차보증금까지 떠안을 수 있다는 말이다.
이게 경매에서 말하는 대위변제의 함정이다.
사건은 입찰일이 아니라 잔금일에 끝난다
권리분석을 입찰 전에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권리관계가 그날 그대로 얼어붙는 것은 아니다.
낙찰자가 소유권을 취득하는 잔금 납부 전까지 선순위 근저당권이 다른 이유로 소멸하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대법원도 같은 판단을 했다.
1998년 98마1031 결정의 흐름은 꽤 극적이다.
| 사건 속 권리 | 금액·시점 |
|---|---|
| 선순위 근저당권 채권최고액 | 375만 원 |
| 그 뒤 대항요건을 갖춘 임차보증금 | 5,000만 원 |
| 후순위 근저당권 채권최고액 | 4,500만 원 |
| 선순위 근저당권 말소 | 1998년 3월 24일 |
| 낙찰대금 지급기일 | 1998년 3월 26일 |
선순위 근저당권은 잔금기일을 불과 이틀 앞두고 말소됐다.
그 결과 원래 경매로 소멸할 예정이던 임차권의 대항력이 살아남을 수 있게 됐다.
대법원은 낙찰부동산의 부담이 현저히 늘었다면 낙찰허가결정 취소를 구할 수 있다고 봤다.
왜 후순위가 선순위로 바뀔까
말소기준권리보다 늦게 대항력을 갖춘 임차인은 보통 경매로 소멸한다.
선순위 담보권자가 잡아둔 담보가치를 뒤에 들어온 임차인이 훼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선순위 담보권이 경매로 소멸하기도 전에 먼저 없어지면 보호할 선순위 담보가치도 사라진다.
그 순간 임차인의 전입·점유 시점과 다음 권리를 다시 비교해야 한다.
가상의 사건으로 보면 더 쉽다.
2018년 1월 : A은행 근저당권
2019년 6월 : 임차인 전입·점유, 보증금 1억 5천만 원
2021년 3월 : B은행 근저당권
2025년 : B은행이 경매 신청
A은행 근저당권이 그대로 있다면 임차인은 그보다 늦다.
경매로 A은행 근저당권이 소멸할 때 임차권도 함께 소멸하는 구조다.
그런데 잔금 전에 A은행 근저당권이 말소되면 다음 기준이 되는 권리는 2021년 B은행 근저당권이다.
임차인은 2019년에 이미 대항요건을 갖췄다.
이제 임차인이 B은행보다 앞선다.
배당으로 보증금을 전부 받지 못하면 남은 금액을 낙찰자가 인수할 가능성이 생긴다.
낙찰자가 인수할 수 있는 금액
= 대항력 있는 임차보증금 1억 5천만 원 - 임차인의 실제 배당액
싸게 낙찰받은 이익이 한 번에 사라질 수 있다.
왜 임차인이 남의 빚을 갚을까
선순위 근저당권의 실제 남은 채무가 작을 때 이런 유인이 생긴다.
등기부의 채권최고액은 대출 잔액이 아니다.
처음에는 채권최고액 5,000만 원이었어도 실제 남은 원금과 이자는 1,000만 원일 수 있다.
임차인이 1,000만 원을 대신 갚아 선순위 근저당권을 없애고, 1억 원이 넘는 보증금의 대항력을 살릴 수 있다면 계산이 맞을 수 있다.
채무자도 임차보증금 문제와 연결돼 있다면 변제에 나설 수 있다.
그래서 채권최고액이 유난히 작은 선순위 근저당권 뒤에 큰 보증금 임차인이 있으면 한 번 더 의심해야 한다.
다만 용어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경매 현장에서는 이런 흐름을 통틀어 대위변제라고 부르지만, 누가 변제했는지와 변제자대위가 성립하는지는 별도 문제다.
돈을 갚았다고 언제나 근저당권이 말소되는 것도 아니다. 변제자가 담보권을 승계해 근저당권이 이전되는 경우도 있다.
낙찰자가 볼 것은 이름이 아니다.
등기부에서 선순위 권리가 실제로 말소됐는지, 이전됐는지, 여전히 남아 있는지다.
말소기준권리가 사라지면 무조건 임차인이 선순위일까
아니다.
첫 근저당권이 말소돼도 임차인보다 빠른 다른 압류나 담보권이 남아 있다면 그 권리를 기준으로 다시 판단한다.
첫 근저당권 말소
→ 남아 있는 소멸기준 후보를 다시 찾기
→ 임차인의 전입·점유일과 비교
→ 대항력 존속 여부 판단
→ 예상 배당액을 빼고 인수금액 계산
첫 줄 하나가 없어졌다고 바로 임차보증금 전액 인수라고 단정하면 안 된다.
등기부 전체와 매각물건명세서, 현황조사서, 배당요구 여부를 다시 맞춰야 한다.
낙찰자는 언제 무엇을 확인해야 할까
입찰 당일
등기사항전부증명서를 새로 발급한다.
며칠 전에 출력한 등기부를 들고 입찰하지 말자.
선순위 근저당권이 소액이고 그 뒤에 큰 보증금 임차인이 있다면 실제 채권 잔액을 확인할 방법도 찾아본다.
채권자에게 알려달라고 한다고 무조건 답해주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확인이 안 되면 그 자체를 가격에 반영해야 한다.
매각허가결정 전
선순위 권리의 말소 사실을 알았다면 곧바로 집행법원에 알리고 매각불허가 사유가 되는지 검토한다.
민사집행법 제121조 제6호는 경매 진행 중 부동산의 중대한 권리관계 변동이 밝혀진 경우를 매각허가에 대한 이의사유로 둔다.
매각허가결정 확정 뒤, 잔금 전
이 시기가 가장 중요하다.
잔금 송금 직전에 등기부를 다시 발급한다.
선순위 근저당권이 사라져 인수 부담이 현저히 늘었다면 민사집행법 제127조에 따른 매각허가결정 취소신청을 즉시 검토해야 한다.
2005마643 결정도 선순위 권리 소멸로 임차권이 살아나 매수인의 부담이 현저히 증가하는 경우를 중대한 권리관계 변동의 예로 설명한다.
그냥 잔금을 안 내고 기다리는 것은 대응이 아니다.
대금납부기한을 넘기면 보증금을 잃고 재매각 절차의 부담까지 생길 수 있다. 법원에 신청서를 내고 사건 진행을 확인해야 한다.
잔금을 낸 뒤
잔금을 모두 내면 매수인은 소유권을 취득한다.
그 뒤에야 문제를 알았다면 잔금 전 취소신청처럼 간단히 되돌리기 어렵다.
사안에 따라 손해배상 등 다른 구제수단을 따져야 하므로 시간과 비용이 훨씬 커진다.
이 세 가지가 같이 보이면 빨간불이다
- 소액의 선순위 근저당권
- 그 뒤에 들어온 거액 보증금 임차인
- 후순위 권리자가 신청한 경매
이 조합이라고 대위변제가 반드시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입찰가를 공격적으로 쓸 물건은 아니다.
입찰 전 한 번, 매각허가 뒤 한 번, 잔금 직전 한 번.
등기부를 세 번 확인하는 비용은 몇 천 원이지만, 놓쳤을 때 인수할 보증금은 억 단위가 될 수 있다.
경매 권리분석의 마지막 날은 입찰일이 아니다.
잔금을 보내기 바로 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