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매각 물건.
한 번 낙찰됐던 집이 다시 경매에 나왔다.
왜 다시 나왔을까?
결론은 간단하다.
앞선 매수인이 정해진 기한까지 매각대금을 완전히 내지 않았고, 이어서 살 차순위매수신고인도 없어서 다시 매각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 집에 큰 하자가 있다는 뜻은 아니다.
반대로 아무 문제 없는 물건이라는 뜻도 아니다.
법원 기록으로 확인되는 것은 대금 미납이라는 결과다. 대출이 안 나왔는지, 입찰가격을 잘못 적었는지, 낙찰 뒤 새로운 위험을 발견했는지까지 법원이 설명해 주지는 않는다.
그래서 재매각 물건은 앞사람의 행동을 추측하기보다 처음부터 다시 분석해야 한다.
재매각은 잔금을 안 내면서 시작된다
낙찰됐다고 바로 집주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매각허가결정이 확정되면 법원이 대금지급기한을 정한다. 매수인은 그 기한까지 입찰보증금을 뺀 나머지 매각대금을 내야 한다. 현금으로 낸 매수신청보증은 매각대금에 포함된다.
여기서 대금을 완전히 내지 않으면 다음 절차로 넘어간다.
| 순서 | 법원에서 일어나는 일 |
|---|---|
| 1 | 최고가매수신고인에게 매각허가결정이 확정된다 |
| 2 | 법원이 대금지급기한을 정해 통지한다 |
| 3 | 매수인이 기한까지 대금을 완전히 내지 않는다 |
| 4 | 차순위매수신고인이 있으면 그 사람에게 매각을 허가할지 결정한다 |
| 5 | 차순위매수신고인이 없으면 법원이 직권으로 재매각을 명한다 |
민사집행법 제138조는 이 과정을 재매각으로 규정한다.
재매각이라고 최저매각가격이 자동으로 한 번 더 내려가는 것도 아니다. 법에는 종전에 정한 최저매각가격과 다른 매각조건을 재매각에도 적용한다고 되어 있다.
싸게 다시 나온 물건처럼 보이더라도 기일내역부터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앞 낙찰자는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다
잔금을 못 내면 보증금만 포기하고 끝나는 걸까?
일단 앞 매수인은 재매각절차에 다시 입찰할 수 없다. 자신이 냈던 매수신청보증도 돌려달라고 요구하지 못한다.
이 돈은 새 낙찰자의 매각대금에서 깎아주는 돈이 아니다. 민사집행법 제147조에 따라 배당할 금액에 포함되는 별도의 돈이다.
예를 들어 최저매각가격이 3억 원이고 보증금이 10%였다면 3천만 원이다.
잔금을 내지 못한 앞 매수인은 이 3천만 원을 돌려받지 못한다.
경매 입찰가격을 현장에서 분위기에 휩쓸려 올리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매수신청보증은 최저매각가격을 기준으로 계산하므로 손실 규모가 클 수 있다.
재매각 보증금이 무조건 20%는 아니다
재매각 물건은 보증금 20%라고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정확히는 자동으로 20%가 되는 것이 아니다.
기일입찰의 매수신청보증금은 원칙적으로 최저매각가격의 10%다. 다만 법원은 상당하다고 판단하면 다른 금액으로 정할 수 있다.
재매각 공고에서 특별매각조건 매수신청보증금 20% 같은 문구를 볼 수 있는 이유다.
| 최저매각가격 3억 원인 가상 사례 | 준비할 보증금 |
|---|---|
| 보증금 10% | 3,000만 원 |
| 특별매각조건 20% | 6,000만 원 |
중요한 것은 내가 써낼 입찰가격이 아니다.
보증금은 법원이 공고한 최저매각가격과 보증 비율로 계산한다.
대법원도 매수신청보증금은 10%가 원칙이며, 법원이 다르게 정하려면 그에 맞는 결정과 매각기일 공고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니 재매각이라는 단어만 보고 20%를 준비해서도 안 되고, 평소처럼 10%만 챙겨서도 안 된다.
마지막 답은 해당 사건의 매각기일공고와 특별매각조건에 있다. 실제 입찰 준비 방법은 경매 입찰표 작성법에 따로 정리해두었다.
왜 잔금을 못 냈는지는 화면에 나오지 않는다
재매각 표시를 보면 앞 낙찰자가 왜 포기했는지부터 궁금해진다.
그런데 법원경매정보 화면만으로 정확한 이유를 알기는 어렵다.
가능한 사정은 여러 가지다.
| 가능한 사정 | 새 입찰자가 확인할 것 |
|---|---|
| 자금이나 대출 문제 | 내 자금계획과 대출 가능 여부를 다시 확인 |
| 지나치게 높은 입찰가격 | 앞 낙찰가격에 끌려가지 말고 현재 시세로 재계산 |
| 낙찰 뒤 발견한 권리·점유 문제 | 등기부, 매각물건명세서, 현황조사서를 새로 확인 |
| 내부 상태나 수리비 문제 | 임장과 관리사무소·중개사무소 확인 |
| 개인적인 사정 | 물건의 하자로 단정하지 않기 |
이 표는 잔금 미납의 원인을 단정한 것이 아니다.
앞사람의 이유를 모르기 때문에 내가 다시 확인해야 할 항목을 나눈 것이다.
앞 낙찰가격도 참고자료일 뿐이다. 누군가 4억 원을 썼다고 내 입찰 상한가가 4억 원이 되는 것은 아니다.
재매각 물건은 이 순서로 확인한다
1. 기일내역에서 이전 매각 결과를 본다
법원경매정보의 사건·물건 상세 화면에서 기일내역을 확인한다.
이전 매각기일, 최고가매수신고가격, 매각결정 결과와 재매각 표시를 차례로 본다. 화면 명칭은 사이트 개편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사건번호로 다시 조회하는 것이 안전하다.
앞 낙찰가가 현재 시세보다 유난히 높았다면 입찰가격 착오나 과열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렇다고 그것만으로 미납 이유를 단정하지 않는다.
2. 매각기일공고에서 보증금액을 확인한다
재매각이니 20%겠지라고 계산하지 않는다.
매각기일공고에 적힌 매수신청보증금액과 제공 방법을 확인한다. 특별매각조건이 있으면 그 내용이 우선이다.
금액을 계산한 뒤 자기앞수표를 준비한다면 수표 금액도 한 번 더 맞춰야 한다. 보증금이 부족하면 입찰가격을 잘 썼어도 입찰이 무효가 될 수 있다.
3. 서류 네 개를 새로 내려받는다
재매각까지 시간이 지나면 점유관계나 등기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
등기사항증명서, 매각물건명세서, 현황조사서, 감정평가서를 예전에 받아둔 파일로 보지 말고 다시 확인한다. 네 서류의 역할은 경매 물건에서 반드시 봐야 하는 서류 4가지에서 볼 수 있다.
특히 매각물건명세서의 특별매각조건, 인수할 권리, 임차인 배당요구 여부를 다시 본다.
4. 잔금 계획을 입찰 전에 끝낸다
재매각 물건에서 앞 매수인이 가장 크게 잃은 것은 보증금이다.
같은 실수를 피하려면 낙찰된 뒤 대출을 알아보는 순서를 거꾸로 해야 한다.
보유 현금, 예상 대출, 취득비용과 예비비를 먼저 나눈다. 금융회사가 말한 예상 한도를 확정 대출처럼 잡지 않는다.
입찰 상한가도 앞 낙찰가격이 아니라 현재 시세와 내 총비용으로 다시 계산한다. 계산 방법은 경매 입찰가 계산법과 같다.
재매각기일 직전에 취소될 수도 있다
여기서 하나 더 알아둘 내용이 있다.
앞 매수인은 재매각기일의 3일 전까지 매각대금, 지연이자와 절차비용을 모두 내면 재매각절차를 취소시킬 수 있다. 민사집행규칙이 정한 지연이율은 연 12%다.
그래서 재매각 물건은 임장까지 마쳤는데 기일 직전에 취소될 수 있다.
입찰 전날에는 법원경매정보에서 사건 상태와 기일 변경·취소 여부를 다시 확인하자. 며칠 전에 출력한 공고만 들고 법원에 가면 헛걸음할 수 있다.
내가 재매각 물건을 본다면
재매각이라는 이유만으로 거르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앞사람이 보증금을 포기했으니 분명 문제가 있을 거라고 겁부터 먹지도 않는다.
내가 보는 순서는 이렇다.
- 앞 낙찰가격과 현재 시세의 차이
- 매각기일공고의 실제 보증금액
- 업데이트된 서류 네 개
- 점유와 수리 상태
- 내 잔금 조달 가능 금액
이 다섯 가지가 맞으면 재매각도 일반 물건과 똑같이 입찰가를 계산한다.
하나라도 설명이 안 되면 지나간다.
앞 낙찰자가 왜 잔금을 못 냈는지 맞히는 게임이 아니다.
나는 같은 이유로 보증금을 잃지 않을 준비가 됐는지 확인하는 물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