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사이트에서 아파트를 보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멀쩡해 보이는 이 많은 집들은 왜 경매에 나온 걸까?”
사건번호도 붙어 있다.
감정가도 적혀 있다.
입찰 날짜까지 잡혀 있다.
우리는 이미 경매 물건이 된 아파트만 본다.
그런데 이 집이 여기까지 오기 전에는 꽤 긴 과정이 있었다.
집주인이 돈을 갚지 못했다.
돈을 받아야 하는 사람이 법원에 경매를 신청했다.
법원이 신청을 받아들이고, 집의 상태와 가격을 조사했다.
그 과정을 다 거친 뒤에야 우리가 경매 사이트에서 보는 물건이 된다.
오늘은 입찰 방법까지 가지 않는다.
아파트 한 채가 평범한 집에서 법원 경매 물건으로 바뀌는 과정만 따라가 보자.
돈을 한 번 늦게 갚았다고 바로 경매에 넘어가는 건 아니다
먼저 많이 하는 오해부터 풀어보자.
주택담보대출 이자를 한 번 늦게 냈다고 다음 날 바로 집이 경매에 나오는 건 아니다.
은행이나 돈을 받아야 하는 사람이 실제로 법원에 경매를 신청해야 한다.
여기서 돈을 받아야 하는 사람을 채권자라고 한다.
돈을 갚아야 하는 사람은 채무자다.
예를 들어 아파트를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빌렸다고 해보자.
아파트 주인은 채무자다.
은행은 돈을 받을 권리가 있는 채권자다.
대출금을 약속대로 잘 갚으면 아무 일도 생기지 않는다.
그런데 계속 돈을 갚지 못하면 은행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담보로 잡아둔 아파트를 팔아서 대출금을 돌려받으려고 한다.
그렇다고 은행 직원이 갑자기 집에 와서 열쇠를 빼앗아 가는 건 아니다.
은행이 법원에 경매를 신청한다.
그러면 법원이 정해진 절차에 따라 아파트를 매각한다.
같은 집이라도 경매를 신청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부동산 경매는 크게 강제경매와 임의경매로 나뉜다.
이름부터 어렵다.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다.
처음부터 그 부동산을 담보로 잡아뒀는지만 보면 된다.
| 구분 | 쉬운 상황 | 경매 신청에 필요한 것 |
|---|---|---|
| 임의경매 | 은행이 아파트에 근저당권을 설정하고 돈을 빌려줬는데 대출금을 받지 못한 경우 | 근저당권 같은 담보권 |
| 강제경매 | 담보는 없지만 빌려준 돈이나 공사대금 등을 받지 못해 소송으로 받을 권리를 인정받은 경우 | 판결문 같은 집행권원 |
임의경매는 담보권을 가지고 신청하는 경매다.
은행이 주택담보대출을 해주면서 아파트에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채무자가 돈을 갚지 않으면 은행은 그 근저당권을 근거로 경매를 신청한다.
쉽게 말하면 이렇다.
“돈을 안 갚으면 이 집을 팔아서 받아가겠습니다.”
처음부터 이런 약속을 해둔 것이다.
강제경매는 판결문 같은 집행권원을 가지고 신청하는 경매다.
여기서 집행권원이라는 어려운 말이 또 나온다.
별거 없다.
“이 사람에게 돈을 받을 권리가 있으니 강제로 집행해도 됩니다.”
이걸 공식적으로 증명하는 문서라고 보면 된다.
보통 판결문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대한민국 법원 전자민원센터에서도 강제경매는 집행권원을 갖춰 신청하고, 임의경매는 저당권이나 전세권 같은 담보권을 증명하는 서류로 신청한다고 설명한다.
처음 공부할 때는 딱 이것만 기억하면 된다.
담보권으로 신청하면 임의경매.
판결문 같은 집행권원으로 신청하면 강제경매.
둘은 시작하는 근거가 다르다.
하지만 법원이 경매개시결정을 내린 뒤부터는 큰 흐름이 비슷하다.
아파트 한 채가 경매 물건이 되는 순서
이제 가상의 아파트 한 채를 따라가 보자.
기간이나 금액은 사건마다 전부 다르다.
여기서는 순서만 보면 된다.
1. 갚아야 할 돈을 갚지 못한다
모든 시작은 돈을 갚지 못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대출금일 수도 있다.
개인에게 빌린 돈일 수도 있다.
공사대금일 수도 있다.
채권자는 처음부터 바로 경매를 신청하지는 않는다.
돈을 갚으라고 연락도 하고, 갚을 방법을 다시 협의하기도 한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해결되지 않으면 결국 법적인 방법을 찾게 된다.
2. 채권자가 법원에 경매를 신청한다
돈을 못 받았다고 법원이 알아서 경매를 진행해 주지는 않는다.
채권자가 직접 신청해야 한다.
부동산이 있는 지역을 담당하는 법원에 경매 신청서와 필요한 서류를 제출한다.
근저당권 같은 담보권으로 신청하면 임의경매다.
판결문 같은 집행권원으로 신청하면 강제경매다.
여기서부터 법원 경매 절차가 시작된다.
3. 법원이 서류를 확인하고 경매개시결정을 내린다
채권자가 신청했다고 무조건 바로 경매가 시작되는 건 아니다.
법원이 서류를 확인한다.
신청할 자격이 있는지.
필요한 서류는 제대로 냈는지.
경매를 시작할 조건이 되는지.
문제가 없으면 법원이 경매개시결정을 내린다.
말은 어렵지만 뜻은 간단하다.
“이 부동산의 경매 절차를 시작하겠습니다.”
민사집행법 제83조에 따르면 법원은 경매 절차를 시작하면서 그 부동산의 압류도 함께 명한다.
여기서 압류라는 말을 들으면 집주인을 당장 쫓아내고 집 문을 잠그는 장면을 떠올릴 수 있다.
그런 뜻은 아니다.
집주인이 경매가 시작된 뒤에 집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더라도, 그걸 이유로 경매를 막지 못하게 법적으로 묶어두는 것이다.
4. 등기부등본에 경매개시결정이 기록된다
법원은 등기소에 경매개시결정 내용을 등기해 달라고 요청한다.
그러면 등기부등본 갑구에 이런 문구가 들어간다.
강제경매개시결정
또는
임의경매개시결정
옆에는 사건번호와 경매를 신청한 채권자도 적혀 있다.
경매 물건의 등기부등본을 보면 이 부분을 확인할 수 있다.
누가 경매를 신청했는지.
강제경매인지 임의경매인지.
언제 경매가 시작됐는지.
경매 물건을 조사할 때 가장 먼저 확인하는 내용 중 하나다.
5. 법원이 집의 상태와 가격을 조사한다
경매개시결정이 나면 이제 집을 팔기 위한 준비를 한다.
먼저 집행관이 부동산의 상태를 조사한다.
현재 누가 살고 있는지.
임차인이 있는지.
보증금은 얼마라고 주장하는지.
부동산은 어떤 상태인지.
이런 내용을 조사해서 현황조사서를 만든다.
감정평가사는 부동산의 가격을 평가한다.
집의 위치와 면적, 상태, 주변 거래 사례 등을 보고 가격을 정한다.
이 금액이 경매 사이트에서 보는 감정가의 기초가 된다.
그런데 감정가를 현재 시세라고 믿으면 안 된다.
감정평가를 한 뒤 실제 입찰일까지 시간이 많이 지나는 경우가 있다.
그사이에 부동산 가격이 오를 수도 있고, 떨어질 수도 있다.
집 내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채 감정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경매하는 사람은 감정가만 보고 입찰하지 않는다.
현재 매매 시세와 전세 시세를 다시 확인해야 한다.
부동산 사장님한테 전화도 해봐야 한다.
인터넷에 올라온 매물도 직접 비교해야 한다.
감정가는 참고 자료일 뿐이다.
6. 입찰 날짜가 잡히고 경매 사이트에 공개된다
조사와 감정이 끝나면 법원은 입찰 날짜를 정한다.
이 날짜를 매각기일이라고 한다.
최저매각가격도 함께 정한다.
그리고 경매 사이트에 물건 정보가 공개된다.
이런 자료들을 우리가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우리가 경매 사이트에서 처음 만나는 물건은 이미 여기까지 온 상태다.
경매가 시작됐다고 무조건 팔리는 건 아니다
경매개시결정이 나왔다고 모든 집이 낙찰되는 건 아니다.
중간에 돈을 갚아서 채권자가 경매 신청을 취하할 수도 있다.
법원의 결정으로 경매 절차가 취소될 수도 있다.
입찰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유찰될 수도 있다.
입찰 날짜가 바뀌는 경우도 있다.
경매가 오랫동안 멈춰 있는 사건도 있다.
그래서 경매 사이트에 올라온 날짜만 믿고 움직이면 안 된다.
어제까지 정상적으로 보이던 물건이 입찰 당일 갑자기 변경될 수도 있다.
취하될 수도 있다.
매각이 정지될 수도 있다.
관심 있는 물건은 사건내역과 기일내역을 계속 확인해야 한다.
입찰 전날 확인하고, 입찰 당일에도 다시 확인하는 게 좋다.
괜히 법원까지 갔는데 입찰이 취소돼 있으면 허탈하다.
오늘은 이것만 기억하면 된다
돈을 갚지 못했다고 집이 저절로 경매에 나오는 건 아니다.
돈을 받아야 하는 채권자가 법원에 경매를 신청해야 한다.
그리고 법원이 경매개시결정을 내려야 본격적인 경매 절차가 시작된다.
그 뒤 집의 상태와 점유관계를 조사하고, 감정가와 입찰 날짜를 정하면 우리가 경매 사이트에서 보는 물건이 된다.
여기까지 설명하는 동안 채권자, 채무자, 임의경매, 강제경매, 압류처럼 낯선 말이 여러 개 나왔다.
처음부터 전부 외울 필요는 없다.
바로 다음 글에서 바로 경매 사이트에서 계속 마주치는 핵심 경매 용어 68개를 정리한다.
물건을 보다가 모르는 단어가 나올 때마다 찾아보는 경매 용어 사전처럼 활용하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