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을 낮춰준다.
이 말만 들으면 누구에게나 좋은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보유세를 올리고 취득세와 양도세를 낮추는 개편은 세금 자체가 사라지는 이야기가 아니다.
집을 사고팔 때 내던 세금은 줄고, 가지고 있는 동안 매년 내는 세금은 늘어난다.
그래서 누가 유리한지는 간단하다.
지금 집을 사거나 팔 사람은 거래세 인하를 먼저 체감한다. 반대로 당분간 집을 움직일 생각이 없는 사람은 보유세 인상부터 맞게 된다.
먼저 선을 긋자, 아직 세법이 바뀐 것은 아니다
정부의 부동산정책 토론 자료에는 보유세 적정 수준, 실거주·비거주와 다주택 차등, 보유세 인상에 따른 양도소득세 감면, 서민·중산층 거래 가격대의 취득세 인하가 논의주제로 올라와 있다.
하지만 새 세율과 공제액, 시행일이 확정된 상태는 아니다.
그러니 지금 단계에서 10억 원짜리 집은 얼마가 줄고 얼마가 오른다는 식으로 계산하면 숫자를 만드는 셈이다.
이번 글은 세율을 가정하지 않는다.
대신 실제로 개편이 이 방향으로 이뤄졌을 때 누가 어느 세금에서 먼저 영향을 받는지만 보려고 한다.
토론회에서 나온 내용과 확정 정책의 차이는 7·23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 정리에 따로 정리해 두었다.
세금 세 개를 한 바구니에 넣으면 헷갈린다
보유세, 취득세, 양도소득세는 내는 사람과 시점이 다르다.
| 세금 | 언제 생기나 | 누가 내나 | 인하·인상 체감 시점 |
|---|---|---|---|
| 재산세·종합부동산세 | 주택을 보유 | 과세기준일 현재 소유자 | 보유하는 동안 매년 |
| 취득세 | 주택을 취득 | 매수인 | 집을 살 때 한 번 |
| 양도소득세 | 주택을 팔아 과세되는 차익 발생 | 매도인 | 집을 팔 때 한 번 |
취득세를 낮춰도 집을 사지 않으면 체감할 일이 없다.
양도세도 마찬가지다. 집을 팔지 않거나 1세대 1주택 비과세 요건을 충족해 애초에 과세되지 않는다면 감면 효과가 크지 않다.
보유세는 다르다.
거래하지 않아도 주택을 계속 갖고 있으면 매년 영향을 받는다.
이 차이를 놓치면 거래세를 낮췄으니 보유세가 올라도 비슷하겠지라고 생각하기 쉽다. 개인별로는 전혀 비슷하지 않을 수 있다.
누가 웃고 누가 부담될까?
먼저 전체 판정부터 놓아보자.
| 사람 | 바로 줄어드는 부담 | 새로 늘어날 수 있는 부담 | 1차 판정 |
|---|---|---|---|
| 무주택 첫 집 매수자 | 취득세 | 매수 후 보유세 | 단기 유리, 장기는 개편 폭에 따라 다름 |
| 1주택 갈아타기 | 취득세, 과세되는 경우 양도세 | 새 집의 보유세 | 조건부 유리 |
| 장기거주 1주택자 | 당장 없음 | 매년 보유세 | 불리할 가능성 큼 |
| 소득이 적은 은퇴 1주택자 | 당장 없음 | 매년 보유세와 현금흐름 부담 | 보호장치가 중요 |
| 다주택 장기보유자 | 당장 없음 | 여러 주택의 보유세 | 불리할 가능성 큼 |
| 주택을 처분하는 다주택자 | 과세되는 양도세 | 처분 후 남은 주택의 보유세 | 조건부 유리 |
여기서 핵심은 1주택자냐 다주택자냐만이 아니다.
지금 움직이는 사람인지, 계속 보유할 사람인지가 더 중요하다.
첫 집을 사는 사람, 입구는 가벼워진다
무주택자가 첫 집을 사면 취득세 인하를 바로 체감할 수 있다.
집값 외에 한꺼번에 준비해야 하는 취득비용이 줄어드니 진입 부담은 낮아진다. 정부 토론 자료도 서민·중산층 거래 가격대의 취득세 인하를 별도 쟁점으로 올렸다.
다만 모든 가격대가 똑같이 내려간다고 해석하면 안 된다.
정책이 실제로 나오면 적용 가격 구간과 생애최초 혜택의 중복 여부를 먼저 봐야 한다.
그리고 집을 산 다음부터는 보유세 납세자가 된다.
처음에 아낀 취득세보다 앞으로 늘어날 보유세가 더 큰지는 보유기간과 주택가격, 공시가격 반영 방식이 나와야 계산할 수 있다.
갈아타기, 가장 먼저 거래세 인하를 체감한다
기존 집을 팔고 새 집을 사는 갈아타기는 매도와 매수를 한꺼번에 거친다.
취득세가 낮아지면 새 집을 살 때 바로 도움이 된다. 기존 집의 양도차익에 세금이 발생하는 사람이라면 양도세 인하도 체감할 수 있다.
그렇다고 갈아타기 가구가 모두 두 세금을 아끼는 것은 아니다.
기존 집이 1세대 1주택 또는 일시적 2주택 비과세 요건에 해당한다면 양도세 감면으로 얻는 추가 이익은 작거나 없을 수 있다. 이 경우 실제로 체감되는 것은 취득세 쪽이다.
또 새 집을 산 뒤에는 그 집의 보유세가 시작된다.
결국 갈아타기의 계산은 이렇게 해야 한다.
줄어드는 취득세
+ 실제로 과세되는 양도세의 감소분
- 새 집을 보유하는 동안 늘어나는 보유세
세율이 확정되기 전에는 어느 쪽이 더 크다고 단정할 수 없다.
장기거주 1주택자, 거래세 인하가 남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
집 한 채에서 오래 살고 있고 이사 계획도 없다면 취득세와 양도세 인하는 당장 쓸 일이 없다.
반면 보유세 인상은 매년 돌아온다.
특히 집값은 올랐지만 소득이 많지 않은 은퇴 가구는 부담을 자산이 아니라 현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그래서 보유세 개편에서는 고령·장기거주자의 세액공제나 납부유예가 같이 논의돼야 한다.
정부 토론 자료에도 고령·장기거주 과세특례가 쟁점으로 들어가 있다.
1주택자라고 무조건 보호받을 것이라고 미리 생각해서도 안 되고, 무조건 세금 폭탄을 맞는다고 단정해서도 안 된다.
실거주 여부, 주택가격 기준, 연령과 보유기간, 소득 요건을 어떻게 묶는지가 실제 부담을 가른다.
다주택자, 계속 갖고 있으면 불리하고 팔면 달라진다
다주택자가 주택을 그대로 보유하면 거래세 인하를 체감할 수 없다.
여러 주택에 보유세 인상이 적용된다면 매년 부담만 커질 수 있다.
반대로 주택을 처분할 때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까지 실제로 손질한다면 출구 비용은 줄어든다. 보유 부담은 높이고 처분 비용은 낮추는 조합은 매물을 막고 있던 세금 장벽을 낮추는 방향이다.
그래도 보유세를 올리고 양도세를 내리면 다주택 매물이 쏟아진다고 쓰기는 어렵다.
매도 결정에는 세금 외에도 집값 기대, 임대수익, 대출, 세입자 계약기간과 대체 투자처가 함께 작용한다. 양도세 감면 대상과 시행기간이 좁으면 반응도 제한적일 수 있다.
정책이 나온 뒤에는 양도세 인하라는 단어보다 다주택 중과가 실제로 어떻게 바뀌는지부터 봐야 한다.
세수 중립이라고 모두가 똑같이 내는 것은 아니다
OECD가 제안한 방향은 거래세 비중을 줄이고 반복 보유세 비중을 높이는 세수 중립적인 전환이다.
여기서 세수 중립은 정부가 걷는 전체 세금의 규모를 크게 바꾸지 않는다는 뜻에 가깝다.
개인별 세금이 그대로라는 뜻은 아니다.
집을 자주 옮기는 사람은 줄어들 수 있고, 한 집을 오래 보유하는 사람은 늘어날 수 있다. 같은 1주택자라도 올해 집을 사는 사람과 20년째 같은 집에 사는 사람의 결과가 다르다.
그래서 나는 증세냐 감세냐보다 누구에게서 덜 걷고 누구에게서 더 걷는지가 더 중요한 질문이라고 본다.
세계 여러 나라가 어느 단계에서 부동산 세금을 걷는지는 세계 부동산 세금 비교에서 숫자로 확인할 수 있다.
실제 개편안이 나오면 이 다섯 줄만 보자
기사 제목보다 아래 순서가 빠르다.
- 보유세: 재산세와 종부세 중 무엇이 얼마나 바뀌는가
- 취득세: 첫 집·갈아타기·다주택 중 누구에게 어느 가격대까지 적용되는가
- 양도세: 기본세율인지 다주택 중과인지, 장기보유특별공제인지 구분했는가
- 보호장치: 실거주 1주택, 고령자, 장기보유자에게 공제나 납부유예가 있는가
- 시행방법: 즉시 시행인지 단계적으로 올리는지, 기존 보유자에게 경과규정이 있는가
부동산 세금 전체 순서가 헷갈린다면 집을 살 때부터 팔 때까지 붙는 세금을 먼저 보면 된다.
내가 이 개편안을 판단한다면 보유세율 숫자만 보지 않는다.
취득세와 양도세가 실제로 같이 내려가는지부터 본다.
보유세만 오르고 거래세는 그대로라면 세금의 자리 바꾸기가 아니다. 그냥 부담 하나만 더 무거워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