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 6억 원인 아파트가 있다.
경매에는 2분의 1 지분만 나왔고 최저가격은 2억 원 아래까지 내려갔다.
화면만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절반을 싸게 사서 나머지 공유자에게 3억 원쯤 받고 팔면 되지 않을까?
공유지분 경매가 싸 보이는 이유는 물건이 싸서가 아니다.
낙찰받은 뒤 다른 공유자와 풀어야 할 시간과 분쟁 비용을 먼저 할인해 놓은 가격에 가깝다.
절반을 낙찰받았다고 방 세 개 중 한 개 반을 내 마음대로 쓰는 것도 아니다.
내가 산 것은 집의 왼쪽 절반이 아니다
아파트 2분의 1 지분은 거실 절반이나 안방 한 칸을 뜻하지 않는다.
집 전체에 대해 50%의 소유권을 가진다는 뜻이다.
민법 제263조에 따라 각 공유자는 자기 지분을 처분할 수 있고, 공유물 전부를 지분 비율로 사용·수익할 수 있다. 여기서 전부를 사용한다는 말이 혼자 집 전체를 차지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공유자 모두의 권리가 아파트 전체에 겹쳐 있다.
그래서 낙찰자가 할 수 있는 일과 혼자 못 하는 일이 갈린다.
| 낙찰자가 혼자 할 수 있는 일 | 다른 공유자와 협의가 필요한 일 |
|---|---|
| 자기 지분 매도 | 집 전체 매도 |
| 자기 지분에 담보 설정 | 집 전체 임대 |
| 공유물 보존행위 | 구조 변경·처분 |
| 공유물분할 청구 | 구체적인 사용 방법 결정 |
공유물 관리에 관한 사항은 지분의 과반수로 정한다. 2분의 1 지분을 샀다면 과반수가 아니다.
혼자 임차인을 들이거나 집 전체를 사용하겠다고 밀어붙이기 어려운 이유다.
입찰에서 먼저 만나는 사람은 공유자다
지분경매에는 일반 물건에 없는 변수가 있다.
공유자 우선매수권이다.
민사집행법 제140조에 따라 다른 공유자는 매각기일까지 보증을 제공하고 최고매수신고가격과 같은 가격으로 채무자의 지분을 먼저 사겠다고 신고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내가 2억 1,000만 원으로 최고가를 썼더라도 공유자가 적법하게 우선매수권을 행사하면 그 공유자가 2억 1,000만 원에 산다.
나는 차순위매수신고인으로 본다.
공유자는 반드시 직접 높은 입찰가격을 써서 경쟁할 필요가 없다. 다른 사람이 만든 최고가격을 보고 같은 가격으로 가져갈 수 있다.
그래서 공유지분 물건은 권리분석과 입찰가 계산을 모두 끝내고도 낙찰을 못 받을 수 있다.
다만 공유자가 입찰자로 참여해 냈던 보증금을 우선매수 보증금으로 마음대로 돌려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우선매수권을 적법하게 행사하려면 매각기일 종결 전 별도의 보증을 제공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낙찰받아도 현관문부터 열 수 없다
가장 많이 착각하는 부분이다.
지분을 낙찰받으면 기존 공유자를 바로 내보낼 수 있을까?
간단하지 않다.
다른 공유자도 지분에 따라 집 전체를 사용·수익할 권리가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소수지분권자가 공유물을 독점적으로 점유하더라도 다른 소수지분권자가 곧바로 공유물 전체의 인도를 청구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대신 공동 사용을 방해하는 행위의 금지나 방해 제거를 청구할 수 있다. 아무 합의 없이 혼자 집 전체를 사용했다면 내 지분에 해당하는 임료 상당의 부당이득을 청구할 여지도 있다.
여기서 중요한 말은 청구할 수 있다다.
낙찰 다음 날부터 월세처럼 자동 입금되는 돈이 아니다. 점유 경위와 공유자 사이의 기존 합의, 사용을 요구한 시점, 실제 임료를 놓고 다시 다툴 수 있다.
일반 경매처럼 인도명령 하나로 끝날 물건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그럼 어떻게 수익을 내는 걸까
공유지분 경매의 출구는 보통 세 갈래다.
기존 공유자에게 내 지분을 판다
가장 빠른 방법이다.
집 전체를 지키고 싶은 공유자가 낙찰자의 지분을 사는 방식이다. 문제는 가격이다.
상대방도 내가 지분만 가지고는 집 전체를 처분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안다. 정상 지분가액에 그대로 사줄 것이라고 계산하면 협상이 시작부터 꼬인다.
내가 나머지 지분을 산다
기존 공유자가 현금이 필요하거나 공유관계를 끝내고 싶어 한다면 가능하다.
전부를 확보하면 일반 아파트처럼 매도하거나 임대할 수 있다. 내가 지분경매에서 노린다면 가장 먼저 확인하고 싶은 출구다.
그렇지만 경매가 시작되기 전부터 공유자에게 매도의사가 있었다면 이미 다른 방법으로 정리됐을 가능성도 있다. 연락 한 번 안 해보고 낙찰받으면 팔겠지라고 예상해서는 안 된다.
공유물분할을 청구한다
협의가 안 되면 법원에 공유물분할청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아파트를 벽으로 잘라 두 채로 만들 수는 없으므로 결국 전체 아파트를 경매로 팔고 대금을 지분대로 나누는 방법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소송을 내면 자동으로 전체 경매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민법은 현물분할을 원칙으로 두고, 현물로 나눌 수 없거나 나누면 가치가 크게 떨어질 때 경매를 명할 수 있도록 한다. 한 공유자가 집을 갖고 다른 공유자에게 적정한 금액을 지급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대법원은 2023년 공동상속인들이 실제 거주하고 기존 사용 합의가 있는 사건에서, 지분을 경매로 취득한 사람이 곧바로 경매분할을 요구하더라도 기존 관계를 해치지 않는 방법을 먼저 검토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아파트라서 대금분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는 있다.
그래도 소송만 내면 전체 경매를 확정 수익처럼 계산하면 안 된다.
반값인지 계산해 보자
가상 사례를 하나 놓아보자.
아파트 전체의 보수적인 매도가 6억 원
경매에 나온 지분 2분의 1
단순 지분가액 3억 원
여기까지만 보고 2억 원에 낙찰받으면 1억 원이 남는다고 계산하기 쉽다.
그런데 실제 회수액에서는 아래 비용과 할인을 빼야 한다.
- 취득세와 등기비용
- 대출이자와 보유비용
- 내용증명·감정·송달·소송 비용
- 해결될 때까지 걸리는 시간
- 공유자에게 지분을 되팔 때의 가격 할인
- 공유물 전체가 경매될 경우의 보수적인 매각가격
내가 계산한다면 입찰 상한가를 이렇게 잡는다.
최대 입찰가
= 보수적으로 받을 수 있는 돈
- 취득·등기비용
- 금융·보유비용
- 협의·소송 예상비용
- 가격이 더 내려갈 안전마진
여기서 보수적으로 받을 수 있는 돈을 전체 시세의 정확한 지분 비율로 잡으면 안 된다.
집 전체는 6억 원에 팔려도, 낯선 사람과 공유해야 하는 2분의 1 지분은 3억 원에 쉽게 팔리지 않는다.
이런 지분은 그나마 볼 만하다
| 조건 | 내 판단 |
|---|---|
| 다른 공유자의 연락처와 점유관계가 확인된다 | 검토 가능 |
| 공유자가 지분 매수나 전체 매도 의사를 보인다 | 조건부 추천 |
| 지분 구조가 단순하고 권리관계가 깨끗하다 | 검토 가능 |
| 공동상속인이 많고 일부가 실제 거주한다 | 초보자 비추천 |
| 공유자 연락이 안 되고 해외·사망 문제가 섞였다 | 비추천 |
| 대출을 많이 써야 수익이 난다 | 비추천 |
| 공유물분할 경매만을 유일한 출구로 계산했다 | 비추천 |
지분경매는 싸게 낙찰받는 기술보다 상대방과의 협의가 더 중요하다.
법률 지식만 많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공유자가 가족관계로 집을 계속 지키고 싶어 하는지, 현금이 필요한지, 이미 소송을 겪고 있는지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
입찰 전에는 등기부 갑구부터 넓게 본다
공유지분 물건을 열었다면 아래 순서대로 적어보자.
- 등기부 갑구에서 공유자 전원의 이름과 지분을 적는다.
- 각 공유자가 지분을 취득한 원인이 매매인지 상속인지 확인한다.
- 경매에 나온 지분이 정확히 누구의 몇 분의 몇인지 확인한다.
- 현황조사서에서 실제 점유자가 채무자, 다른 공유자, 임차인 중 누구인지 본다.
- 감정평가서의 전체 평가액과 매각대상 지분 평가액을 나눠 본다.
- 매각물건명세서에서 지분만 매각된다는 표시와 인수할 권리를 확인한다.
- 공유자 우선매수신고 가능성을 입찰 결과에 넣는다.
- 협의가 실패했을 때의 보유기간과 비용으로 최대 입찰가를 다시 계산한다.
등기부를 읽는 방법은 집·전세·경매 계약 전 등기부등본, 3분이면 읽습니다에서 먼저 볼 수 있다.
가격은 경매 입찰가 계산법의 기본식에 소송과 시간 비용을 추가해 계산하면 된다.
내가 초보자라면
공유지분 경매로 첫 낙찰을 받지는 않겠다.
가격이 싸다는 장점 하나에 비해 낙찰 후 직접 해결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그래도 공부할 가치는 있다.
공유자 우선매수권, 점유와 부당이득, 공유물분할까지 이해하고 나면 일반 경매에서 소유권 전부를 산다는 것이 얼마나 큰 장점인지 보이기 시작한다.
반값 지분을 보고 바로 계산기를 켜기 전에 등기부 갑구부터 보자.
내가 사는 것이 집인지, 분쟁에 들어갈 권리인지 먼저 구분해야 한다.

